제주는 10월 이맘때쯤부터 11월 하순까지 억새가 춤을 춘다.
10월의 주말을 맞아 활짝 핀 억새를 기대하고 억새가 천지인 가시리에 갔지만 아직 생각만큼 만개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억새의 자태에 반쯤은 홀릴 정도는 된다.
네비게이션을 찍고 갈때는 제주조랑말체험공원을 치고 가야한다.
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 41-8
조랑말체험공원 입구에 주차를 하자.


쫄븐 갑마장길을 간다.
20km는 너무 힘들어서 오름 두 개를 경유하는 대략 4시간 정도 10km의 A코스로 결정한다.

녹산로는 갈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다. 드라이브하기 아주 제격인 도로이다.
곧게 뻗은 양 길 옆으로 봄에는 유채꽃,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. 여름에는 코스모스가 장관을 이룬다.
안타깝게도 지금은 코로나때문에 꽃이펴도 금방 다 잘라버린다.
꼭 꽃이 없더라도 시원하게 곧게 뻗은 길 옆으로 보이는 오름과 뻥 뚫린 시야는 정말 가슴을 후련하게 만든다.






주차는 가시리 조랑말공원 입구에 아주 넓은 무료주차장이 있다. 주차를 하고 들어온 입구로 다시 돌아가면 쫄븐갑마장길의 입구가 나온다. 이정표가 잘 되어있어 초행길이라도 찾기 어렵지는 않다.



오전에 비가 한바탕 왔는지 숲길이 촉촉히 젖어있다. 그래서인지 촉촉하게 올라오는 흙냄새, 풀냄새가 더 향긋하다.


조용한 숲길을 조금 걷다보니 따라비오름이 보인다.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10여분 정도 숨이 차오른다.

억새가 좀더 만개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역시 따라비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다.




구름이 많이 낀 날이었긴 했지만 정상에서 보이는 동서남북의 경치를 만끽하고 한편에 자리를 잡고 간단히 점심을 해결해본다.
왠지 제주삼다수가 경치와 잘 어울리는 사진이라 괜히 마음에 든다.
그렇게 쫄븐갑마장길의 첫 관문 따라비오름을 하산한다.



두 번째 관문은 잣성이다.
거의 한 시간 정도를 사람 한 명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나무 사잇길로 계속 직진한다.
큰사슴이오름까지 이 길로 계속 가야 한다.


드디어 잣성 길을 나와 큰사슴이오름으로 들어선다.
큰사슴이오름은 대록산이라고도 부른다. 대록=大鹿=큰사슴.
바로 옆에는 작은사슴이오름도 있다. 소록=小鹿=작은사슴.

큰사슴이오름 뒤편으로 오르는 길에 뒤돌아 보이는 풍광이 참 시원하다.
날씨가 흐림에도 불구하고 성산일출봉까지 보인다. 제주 동쪽의 오름 군락지가 한눈에 보이고 오름의 완만한 능선이 자연스러운 곡선을 이룬다.


큰사슴이오름 정상에는 이렇게 쉬어갈 수 있는 의자가 있고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오름 서편의 풍광이 또한 끝내준다.
이렇게 쫄븐갑마장길의 세 번째 관문인 큰사슴이오름을 하산한다.


내려가는 길에 계속 생각한다.
'이길로 안 올라오고 내려가고 있는 현재에 감사하자...'
계단이 무지 많고 경사가 가파르다... 이길로 올라왔으면 큰일 날 뻔... 휴...


큰사슴이오름을 내려오면 바로 억새밭이 장관이다.
아직 반 정도만 폈을 뿐인데도 이러니... 활짝 피면 어쩔 거니.. 억새 너...
제주도 억새 하면 보통은 산굼부리를 꼽는다.
그건 관광객 얘기고... 현지인은 절대 입장료 내고 산굼부리 같은데 안 간다.
꽁짜로도 억새가 천지인데다가 인적이 드문 곳이 이렇게 사방에 널렸다.
이제부터 한 열흘 정도만 지나면 억새가 만개할 것이다.
10월 말쯤에 다시 한번 찾아와야겠다.


드디어 유채꽃프라자에 도달했다.
여기까지 왔다는 건... 쫄븐갑마장길 A코스의 끝이 다다랐다는 것이다.
얼른 커피 한잔 마시고 집에 가서 눕자!!!!!!!!
아 힘들어!!!!!!!!!!!!!!!!!


마지막에 길을 잘못 들었는지 차도로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...
그래도 좀만 더 가면 되니까... 헉헉...
저 앞에 조랑말공원이 보인다.
다 필요 없고.. 내 차가 저기 있다... 내차.... 빨리 차에 타고 싶다...

오늘도 나는 18000보를 걸었다.
억새 구경이나 하고 오자고 가볍게 생각하고 집을 나섰는데... 일이 커져버렸다.
다음부터 가벼운 산책 정도 필요하다면 유채꽃플라자에서 큰사슴이오름 입구 억새밭까지만 가는 걸로...
※ 오늘의 결론 : 억새 만개할 때 또 가자!!
'소소한 산책' 카테고리의 다른 글
[제주 오름] 다랑쉬오름보다 더 좋은 아끈다랑쉬 오름 (0) | 2021.11.05 |
---|---|
[제주 오름]지금이 딱!! 가을억새 절정 다랑쉬오름 (0) | 2021.11.05 |
이제 곧 동백꽃 필 무렵!! 동백 포레스트 (0) | 2021.10.09 |
[제주 오름]나는 사려니 숲길 안가고 이승이오름 숲길을 간다 (0) | 2021.10.03 |
기분좋게 바람부는 저녁 서귀포 어랭이 낚시 (0) | 2021.10.01 |